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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사례

[복지보훈] 상이등급 재심신체검사 청구 절차·서류 — 가장 흔한 등급미달 사유

2026년 9월 9일 황윤상 행정사

인천 연수구 송도에 사무실을 둔 행정사입니다. 일하며 마주친 한 일화를 소개합니다.

같은 사람의 청력이 두 자리에서 다르게 읽힐 때가 있다.

한쪽은 소리를 듣고 손을 드는 검사다. 다른 한쪽은 손을 들지 않아도 되는 검사다. 뇌간에서 나오는 반응을 기계가 읽는다. 두 수치가 크게 어긋나면, 판정은 대개 좋은 쪽 숫자를 따라간다.

그 차이가 한 사람의 30년을 갈랐다.

텍스트나 숫자 없음

요건은 인정됐는데

먼저 이메일이 왔다. 첨부는 두 장이었다. 요건 인정 통보서와, 신체검사 결과 통지서.

앞의 서류에는 인정한다는 취지가 적혀 있었고, 뒤의 서류에는 등급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취지가 적혀 있었다. 같은 사람에 대한 두 장의 문서가 정반대의 인상을 주었다.

이 조합이 보훈 사건에서 가장 마음이 상하는 지점이다. 다쳤다는 것은 인정됐다. 군 복무와 관련 있다는 것도 인정됐다. 그런데 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등록의 실질적 효과는 대부분 발생하지 않는다.

의뢰인은 60대 후반의 남성이었다. 1970년대 후반에 입대해 포병으로 복무했다. 155밀리 견인포를 다뤘고, 사수 자리에 있었다. 사격 훈련은 한 번에 수십 발이었다. 그 시절 그 자리에서 귀마개를 제대로 챙기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했다.

전역 후에는 목공소와 가구공장에서 30년 넘게 일했다. 지금은 아파트 경비 일을 한다.

배우자가 몇 해 전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았다. 두 달에 한 번 대학병원에 간다. 약값과 검사비가 매번 든다. 경비 일의 급여로는 두 사람 생활비와 병원비가 빠듯했다.

보훈 대상자로 등록되면 보훈병원 이용과 관련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배우자에 대한 지원은 등급과 요건에 따라 달라져 관할 보훈지청에 확인해야 하지만, 적어도 본인의 의료 부담은 달라진다. 그는 그 하나를 보고 신청했다.

그리고 등급에서 막혔다.

두 장의 통지서가 책상 위에 나란히 놓여 있고 한 장에는 도장이, 다른 한 장에는 다른 표시가 있는 정물

혼자 두 달

이메일이 오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그 두 달 동안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통지서를 받은 다음 주에 관할 보훈지청에 전화를 걸었다. 검사를 다시 받고 싶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재심신체검사라는 절차가 있다고 안내했고, 신청서 서식이 어디 있는지도 알려 주었다. 정확한 안내였다.

그는 서식을 내려받아 손으로 채웠다. 사유란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실제로 잘 들리지 않습니다. 다시 검사해 주십시오.”

그 신청서를 내지는 않았다. 아들이 보더니 이렇게 내면 안 될 것 같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예전에 다녔던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다. 진단서를 떼 오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의원에서는 청력검사를 하고 난청 소견이 담긴 진단서를 발급해 주었다. 그 진단서에는 병명과 현재 상태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서류만으로는 부족했다. 등급 판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난청이 있느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난청이 있다는 것은 이미 인정되어 있었다. 문제는 앞선 검사에서 두 종류의 값이 어긋났다는 사실이었고, 동네 의원의 진단서는 그 어긋남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혼자 하는 대응이 실패하는 지점은 대개 여기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엇이 쟁점인지 모른 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진단서를 서랍에 넣어 두고 한 달을 더 보냈다. 그러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이 지나가듯 한 말을 듣고 검색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검색 끝에 이메일이 왔다.

손으로 채우다 만 신청서 한 장과 그 위에 놓인 볼펜, 서랍이 반쯤 열린 책상

날짜부터 셌다

첫 상담에서 나는 서류를 펼치기 전에 달력을 먼저 봤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6조의4는 신체검사 판정에 이의가 있는 사람이 신체검사 결과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재심신체검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60일은 생각보다 짧다. 특히 통지서를 받고 며칠 낙담하고, 주변에 물어보고, 인터넷을 찾아보다 보면 한 달은 그냥 간다.

통지서 수령일을 확인했다. 51일이 지나 있었다.

남은 날은 9일이었다.

의뢰인은 그 사실을 몰랐다. 통지서에 안내가 없었느냐고 물었더니, 읽기는 읽었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셨다. 등급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문장에서 멈췄던 것이다. 사람은 나쁜 소식을 읽고 나면 그 아래 문단을 잘 못 읽는다.

이 대목에서 상담의 순서가 정해졌다.

보통 첫 상담은 사건의 내용을 듣는 데 쓴다. 그런데 기한이 임박한 사건에서는 순서를 바꿔야 한다. 나는 먼저 남은 9일 안에 무엇이 반드시 끝나야 하는지를 종이에 적었다. 그다음에 사건 이야기를 들었다.

기한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첫 관문이다. 이게 죽어 있으면 나머지 논의는 의미가 없다.

숫자 없음

근거자료를 열어 보다

9일 안에 신청서를 내야 했지만, 무엇을 다툴지 정하지 않은 신청서는 형식만 갖춘 종이다.

그래서 이틀을 근거자료 확인에 썼다. 보훈 관련 처분의 근거가 된 자료는 절차에 따라 열람하거나 사본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관할 보훈지청에 확인해 요청했고, 신체검사 결과와 관련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서 두 가지가 보였다.

첫째, 요건은 이미 인정되어 있었다. 즉 군 복무와 청력 손상 사이의 관련성 자체는 심의에서 통과했다는 뜻이다. 이건 큰 자산이었다. 많은 보훈 사건이 이 단계에서 좌절한다.

둘째, 등급 판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손실의 크기 자체가 아니라 수치의 신뢰도였다. 스스로 반응해야 하는 순음 검사에서 나온 값과, 반응이 필요 없는 타각 검사에서 나온 값이 상당히 어긋났고, 그 경우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읽혔다.

의뢰인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을 때 반응이 격했다. 자기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냐고 하셨다.

나는 그렇게 읽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검사 결과가 어긋났을 때 심사 단계에서 낮은 쪽을 택하는 것은 개별 담당자의 의심이 아니라 제도의 기본 태도에 가깝다. 판정 기준이 있고, 기준에 미달하는 자료가 섞여 있으면 그 방향으로 정리된다.

중요한 것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왜 두 수치가 어긋났는지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다툼의 축이 그때 정해졌다. 우리는 “더 나쁘다”고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왜 어긋나 보였는지”를 설명하기로 했다.

서류철을 펼쳐 확대경으로 한 문단을 들여다보는 손

재심신체검사냐, 행정심판이냐

경로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재심신체검사다. 검사 자체를 다시 받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이다. 판정의 위법·부당을 다투는 것이다.

의뢰인은 처음에 행정심판을 원했다. 심판이라는 말이 더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재심신체검사를 먼저 하자고 말씀드렸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이 사건의 문제는 자료의 해석이 아니라 자료 자체에 있었다. 어긋난 두 수치를 그대로 두고 논리로만 다투면, 심리 단계에서도 같은 자료를 보게 된다. 검사를 다시 받아 어긋남이 해소되면 그 자체가 결론을 바꾼다.

둘째, 기간이 살아 있었다. 60일 기한 안에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다른 길로 먼저 가는 것은, 짧은 길을 스스로 닫는 일이다.

셋째, 재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음 단계로 갈 여지가 남는다. 반대로 먼저 심판을 청구해 기각 판단을 받으면, 그 뒤의 절차에서 그 결과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행정에서는 짧은 길을 먼저 가는 것이 대체로 옳다. 짧은 길을 간다고 긴 길이 닫히지는 않지만, 긴 길을 먼저 가면 짧은 길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말씀드렸다. 재심신체검사는 무한정 반복되는 절차가 아니다. 한 번에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표지판에 글자 없음

자비로 먼저 검사를 받은 이유

여기가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이었다.

재심신체검사는 지정된 병원에서 실시된다. 우리가 검사를 대신 해 줄 수는 없다. 그런데 아무 준비 없이 다시 검사를 받으면, 같은 어긋남이 또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면 이번에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신청과 별개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자비로 검사를 먼저 받으시라고 권했다.

의뢰인은 망설였다. 비용이 들고, 어차피 그 결과가 등급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 검사의 목적은 등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어긋남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라고. 원인을 모른 채 재심 검사장에 들어가면 같은 결과가 나오고, 그때는 설명할 기회조차 없다고.

받은 검사는 세 가지였다.

순음청력검사. 스스로 반응하는 방식이다. 청성뇌간반응 등 타각적 검사. 반응 없이 측정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어음명료도 검사. 순음이 아니라 말소리를 얼마나 정확히 알아듣는지 보는 검사다.

세 번째를 넣은 이유가 있다. 청력 손상은 크기의 문제만이 아니다. 소리는 들리는데 말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상에서 겪는 불편은 오히려 여기서 나온다. 의뢰인이 경비실에서 인터폰 응대를 할 때 반복해서 되묻는다고 했던 것이 이 검사와 연결됐다.

결과가 나오는 데 열흘이 걸렸다. 그 사이 재심신체검사 신청서는 기한 안에 접수했다. 신청은 신청대로 먼저 하고, 자료는 뒤에 보완하는 순서였다.

병원 검사실에서 헤드폰을 쓰고 앉아 있는 사람의 옆모습, 사람, 차분한 조명

왼쪽과 오른쪽이 달랐다

결과지를 받은 날, 예상하지 못한 것이 보였다.

양쪽 귀의 손실 정도가 상당히 달랐다. 오른쪽이 훨씬 나빴다.

나는 그 차이를 들고 의뢰인에게 물었다. 사격할 때 어느 자리에 계셨느냐고. 그리고 포신이 어느 쪽에 있었느냐고.

그가 손짓으로 자세를 잡아 보이셨다. 사수 위치, 몸의 방향, 격발 순간에 어느 쪽 귀가 포구 방향을 향하는지.

오른쪽이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청력 손상의 원인을 서류로 단정하는 것은 우리 일이 아니다. 그건 의사와 심사 기관의 판단 영역이다. 사실을 단정하는 순간 그 서면은 신뢰를 잃는다.

그래서 우리가 쓴 방식은 이랬다.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가 이만큼이라는 사실을 적었다. 복무 당시의 자세와 위치를 본인 진술로 적었다. 그리고 이 비대칭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판단은 전문의 소견과 심사에 맡긴다고 명시했다.

우리가 결론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료는 판단하는 쪽에서 자기 논리로 쓸 수 있는 재료가 되었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등급 판정에서는 나쁜 쪽 귀의 수치가 갖는 의미가 크다. 양쪽을 뭉뚱그린 평균만 놓고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좌우를 나눠 놓으면 보인다.

정답은 새 자료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료를 나누는 방식에 있었다.

흔들림의 이유

어음명료도 검사를 하던 날, 검사실에서 한 가지가 더 나왔다.

의뢰인은 오래전부터 이명이 있었다. 오른쪽이 특히 심했다. 조용한 방에 있으면 매미 소리 같은 것이 계속 난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는 처음 상담에서도 나왔었다. 다만 그때는 부수적인 증상 정도로 흘러갔다. 대부분의 의뢰인은 자기가 겪는 것 중에 무엇이 절차에서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 알 이유도 없다. 그걸 골라내는 것이 우리 쪽 일이다.

이명이 심하면 스스로 반응하는 검사에서 역치가 흔들릴 수 있다. 아주 작은 소리를 들었는지, 자기 귀에서 나는 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계가 읽는 검사에서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두 수치가 어긋난 이유가 여기서 설명될 여지가 생겼다.

나는 검사를 담당한 의사께 요청 사항을 정리해 전달했다. 이명의 강도와 특성에 대한 소견, 그리고 그것이 자각적 검사 수행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의학적 의견을 소견서에 포함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결론을 써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그건 하면 안 되는 일이고, 하면 티가 난다.

의사는 관찰된 사실과 일반적으로 알려진 영향을 구분해서 적어 주셨다. 그 구분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다.

“과장된 반응”이라는 인상은, 반박해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설명이 놓일 때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운다.

세 번째 상담에서 나온 한 문장

가장 결정적인 자료는, 우리가 찾아낸 것이 아니라 의뢰인이 지나가듯 말한 것에서 시작됐다.

세 번째 상담에서 그는 목공장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거기서는 해마다 귀 검사를 받았다고. 회사에서 하라고 해서 했고, 결과지를 준 것 같기는 한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나는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멈추고 다시 물었다.

소음이 심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소음 관련 특수건강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그 사업장에 처음 배치될 때는 배치 전 건강진단을 받는다.

배치 전 건강진단.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는지.

그 시점은 군 복무가 끝난 뒤이면서, 그 공장의 소음에 노출되기 전이다. 즉 그 사이 어느 지점의 청력 상태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이게 왜 중요했느냐면, 이 사건에서 언젠가는 나올 수밖에 없는 반론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목공장에서 일했으니 그 소음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요건이 이미 인정되어 있었으므로 이 반론이 정면으로 제기될 상황은 아니었지만, 등급을 다투는 과정에서 배경으로 깔릴 여지는 충분했다.

배치 전 기록은 그 반론의 앞을 막는다.

문제는 회사가 오래전에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건강진단을 실시한 것은 회사가 아니라 검진기관이다. 기관은 남아 있었다. 검진 결과에는 보존 기간이 정해져 있고, 오래된 자료는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어 기대는 낮게 잡았다.

전화를 걸었다.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조회를 요청했고, 사흘 뒤 회신이 왔다.

2000년대 초 배치 전 건강진단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 시점에 이미 고음역대에서 손실 소견이 있었다.

그가 목공장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이 자료가 처음 상담에서 나오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본인에게 그건 “회사에서 시켜서 받은 검사”였지, 자기 청력의 증거가 아니었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자료의 의미를 대체로 모른다.

다만 이 자료에는 한계도 있었다. 그 시점의 손실 정도가 지금과 비교해 어느 만큼인지, 그 사이 20여 년의 변화가 무엇 때문인지는 그 한 장으로 답할 수 없다. 나는 사유서에 그 한계를 우리가 먼저 적었다. 유리한 자료를 낼 때 그 자료가 답하지 못하는 부분을 스스로 밝혀 두면, 상대가 그 지점을 지적했을 때 서면 전체의 신뢰가 흔들리지 않는다. 지적당한 뒤에 인정하는 것과, 지적당하기 전에 적어 두는 것은 같은 문장이라도 무게가 다르다.

네 곳을 사흘로 나눈 일

자료를 모으는 동안 상대해야 할 곳이 넷이었다. 관할 보훈지청, 대학병원, 20여 년 전 검진기관, 그리고 병적 자료를 확인할 병무 관련 창구였다.

의뢰인은 교대 근무를 했다. 주간과 야간이 번갈아 오고, 비번인 날에만 움직일 수 있었다. 게다가 배우자의 병원 일정이 두 달에 한 번 고정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 몰아서 도는 대신 사흘로 나눴다. 순서는 뒤 기관이 요구하는 것을 앞 기관에서 미리 받아 오는 방향으로 짰다.

첫날은 검진기관 조회 요청과 병적 관련 서류를 처리했다. 둘 다 본인 확인만 되면 되는 일이라 같은 날에 묶을 수 있었다. 둘째 날은 대학병원 검사였다. 검사가 세 종류라 반나절이 걸렸고, 이날은 다른 일정을 넣지 않았다. 셋째 날에 보훈지청에 들러 접수와 확인을 정리했다.

전화로 될 일과 직접 가야 할 일도 나눴다. 검진기관 조회는 전화와 우편으로 처리했다. 20년 전 자료라 즉시 회신이 어려울 수 있어, 이 건은 가장 먼저 착수해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일이 진행되도록 배치했다. 기다림이 필요한 일을 맨 앞에 놓는 것이 일정 설계의 기본이다.

의뢰인은 나중에 이 부분을 가장 고마워하셨다. 결과가 좋아서가 아니라, 비번인 날을 허비하지 않아서였다고 하셨다.

세 개의 요일 블록이 나란히 놓이고 각 블록 위에 서로 다른 장소를 뜻하는 단순 아이콘이 있는 일정 개념도
오래된 캐비닛 서랍에서 낡은 검진 기록지 한 장을 꺼내는 손, 먼지 낀 조명

함께 나온 두 가지 질문

이 사건을 진행하는 동안 두 가지 질문을 더 받았다.

첫 번째는 산업재해였다. 소음성 난청은 산업재해 보상 절차에서도 다뤄지는 사안이다. 30년 넘게 소음 사업장에서 일한 이력이 있으니 그쪽으로 청구할 여지가 있는지 물으셨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다만 그 절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하는 별개의 사건이라, 재심신체검사와 나란히 따로 진행하시도록 했다.

여기서 한 가지를 함께 말씀드렸다. 두 절차는 별개이지만, 한쪽에서 한 진술이 다른 쪽에 자료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 양쪽에서 하는 이야기가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고. 실제로 이 부분은 나중에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는 병급 문제였다. 여러 보상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사안마다 요건이 다르고 단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 관할 보훈지청에 직접 확인하시도록 안내했다. 이런 질문에 사무실에서 답을 만들어 드리는 것은 친절이 아니라 위험이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처분 근거자료를 확인하고 다툼의 축을 세운 뒤, 재심신체검사 신청서와 사유서를 작성하고 참고자료를 모아 구성했다. 검사 전에 준비할 사항도 미리 안내했다.

신청서의 순서

자료가 모이자 구성을 짰다. 재심신체검사 신청서 자체는 서식이 정해져 있다. 승부는 함께 붙이는 사유서와 참고자료의 배열에서 갈린다.

순서를 이렇게 잡았다.

맨 앞에 한 장짜리 목차를 두었다. 다음에 사유서 두 쪽. 사유서의 첫 문단에 결론을 먼저 적었다. 자각적 검사와 타각적 검사의 값이 어긋난 데에는 설명 가능한 사정이 있으며, 그 사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한다는 취지였다.

그다음이 객관적 자료다. 2000년대 초 배치 전 건강진단 기록. 이 자료를 앞쪽에 둔 이유는, 이것이 우리가 만든 자료가 아니라 20여 년 전에 제3자 기관이 만들어 둔 자료이기 때문이다. 진정성을 다툴 여지가 없는 자료를 앞에 두면, 뒤에 오는 자료의 무게가 달라진다.

그다음이 대학병원 검사 결과 세 종류와 전문의 소견서. 좌우 비대칭, 어음명료도, 이명 관련 소견이 여기 들어간다.

그다음이 복무 관련 자료다. 병적증명서와 복무 당시 보직·자세에 관한 본인 진술서.

본인 진술을 맨 뒤에 둔 것은 의도였다. 앞에 객관 자료를 깔아 놓은 뒤에 나오는 진술은 그 자료를 설명하는 문장으로 읽힌다. 반대로 진술이 앞에 오면, 뒤의 자료가 진술을 뒷받침하려고 모아 온 것처럼 읽힌다. 같은 서류인데 순서가 인상을 바꾼다.

그리고 사유서 어디에도 등급을 몇 급으로 해 달라는 요청은 쓰지 않았다. 등급은 신체검사와 심의를 거쳐 정해지는 것이지, 신청인이 요구할 대상이 아니다. 요구를 쓰면 그 서면은 민원이 되고, 사실을 쓰면 자료가 된다.

검사 당일

재심신체검사 날짜가 잡히고 나서, 나는 준비 사항을 세 가지로 정리해 드렸다.

첫째, 검사 전날과 당일에는 소음 노출을 피할 것. 경비 근무 특성상 어려울 수 있어 근무 일정을 조정하시도록 했다.

둘째, 검사에서 과장하지 말 것. 그리고 축소하지도 말 것. 이 두 번째가 더 어렵다. 억울한 마음이 있으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안 들리는 척을 하게 되고, 그게 바로 지난번 어긋남의 한 원인일 수 있었다. 들리면 손을 들고, 안 들리면 안 들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우리가 준비한 자료는 그 정직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 그 결과를 대신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셋째, 2주간 일상 기록을 적어 오시도록 했다. 인터폰을 몇 번 되물었는지, 아내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일이 며칠에 몇 번 있었는지. 수치가 아니라 생활의 장면이다.

작은 소동도 있었다. 검사 일정을 하루 착각하셔서, 예정일 하루 전에 병원에 가셨다가 돌아오신 일이 있었다. 전화로 확인하시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는데도 그랬다. 다음 날 정시에 도착하셨고, 본인은 예행연습을 한 셈이라고 하셨다.

아파트 경비실 창 너머로 보이는 인터폰과 그 앞에 선 사람의 실루엣, 저녁 무렵

결과

재심신체검사 결과와 심의를 거쳐 등급이 나왔다. 7급이었다.

의뢰인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낮았다. 상담 중에 그는 몇 번인가 더 높은 등급을 언급했었고, 나는 그때마다 등급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결과를 전해 드린 날, 그는 한참 말이 없다가 물으셨다. 더 다툴 수 있느냐고.

나는 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심신체검사는 반복해서 받는 절차가 아니고, 이 단계에서 추가로 다투려면 행정심판이나 그 이후 절차로 가야 한다. 그런데 이번 판정은 우리가 제출한 자료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결과였다. 좌우를 나눠 본 것, 어긋남의 사정을 인정한 것, 배치 전 기록을 자료로 받은 것. 그 위에서 나온 등급을 다시 뒤집으려면 새로운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더 낼 것이 없었다.

이길 수 없는 부분을 붙잡고 있으면, 이미 얻은 것을 지키는 데 쓸 시간까지 없어진다.

7급이라도 등록은 등록이다. 보훈병원 이용과 관련한 지원이 시작되었다. 배우자에 대한 지원 항목이 어떻게 되는지는 등급과 소득 요건에 따라 달라, 관할 보훈지청에 직접 확인하시도록 안내했다. 실제로 그렇게 하셨고, 일부 항목은 해당되고 일부는 해당되지 않았다.

전체 기간은 약 다섯 달이었다. 신청서 접수까지 9일, 자비 검사와 자료 수집에 3주, 검사 일정 대기와 실시, 그리고 심의와 통지까지 나머지였다.

병원 로비의 긴 복도에 오후 햇빛이 길게 들어오는 장면

원목 필통

결과가 나오고 몇 주 뒤, 예약 없이 잠깐 들르셨다. 손에 종이봉투가 있었다.

안에 든 것은 원목 필통이었다. 손수 만드신 것이었다. 30년 목공 경력이 그 물건에 다 들어 있었다. 모서리가 둥글게 다듬어져 있고, 바닥에 미끄럼 방지용 펠트까지 붙어 있었다.

그 필통은 지금 사무실 책상 위에 있다.

그는 딸이 내년 봄에 결혼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덧붙이셨다. 요즘은 아내가 부르는 소리를 예전보다 잘 듣는다고. 청력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아내가 방향을 바꿔서 부르기 시작했을 뿐이다.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서.

30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그걸 알게 된 건 검사지 한 장을 받고 나서였다.

행정 절차의 결과는 대개 숫자로 나온다. 그런데 그 숫자가 사람 사이에서 바꾸는 것은 대체로 숫자가 아니다.

원목 필통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고 안에 펜 몇 자루가 꽂힌 정물, 따뜻한 조명, 파란 톤 배경

남겨 두는 몇 가지

이런 상황이라면 순서를 이렇게 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① 통지서를 받으면 날짜부터 확인하세요. 재심신체검사는 신체검사 결과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낙담하는 데 쓰는 몇 주가 이 기간을 다 씁니다.

② 요건 인정과 등급 판정은 다른 단계입니다. 등급에서 막혔다면 요건은 이미 통과했다는 뜻이므로, 요건을 다시 주장하는 데 서류를 쓰지 마세요. 다툴 지점은 등급 판정의 근거입니다.

③ 자각 검사와 타각 검사의 값이 어긋나면 그 자체가 쟁점이 됩니다. 어긋난 이유를 설명할 자료 없이 재검사를 받으면 같은 결과가 반복됩니다.

④ 오래된 건강진단 기록을 찾아보세요. 사업장이 문을 닫았어도 검진기관에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존 기간이 지났을 수 있으니 기대는 낮게, 확인은 반드시 하세요.

⑤ 검사 당일에는 정직하게 응하세요. 과장은 신뢰도 문제를 다시 부릅니다. 억울함은 서류로 설명하고, 검사는 있는 그대로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유리합니다.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재구성한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실제 상담 사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등장하는 인물·상호·지명·수치는 특정 개인이나 사건과 무관합니다. 상이등급과 요건 해당 여부는 신체검사와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는 사항이므로 개별 사안에서 단정할 수 없으며, 지원 항목과 금액은 등급·소득 요건에 따라 달라 관할 보훈(지)청 확인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조문·해석은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또는 관할 기관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천 송도(포스코타워송도)에 자리한 행정사사무소입니다. 행정심판·인허가/신고 대행, 외국인 출입국(비자·체류), 정기 행정관리를 다룹니다. 보훈 사건은 요건과 등급이 다른 단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단계에서 막혔는지에 따라 준비할 자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이 있으시면 부담 없이 문의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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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를 돕기 위해 재구성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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