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송도에 사무실을 둔 행정사입니다. 일하며 마주친 한 일화를 정리해 둡니다.
대장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그날 나는 구청 민원실 한쪽 탁자에서 건축물대장 두 장을 나란히 놓고 있었다.
한 장은 2019년에 발급된 사본이었다. 의뢰인이 권리금 계약을 하면서 전 임차인에게서 받아 둔 것. 다른 한 장은 그 주 월요일에 내가 직접 뗀 최신본이었다.
표제부의 구성은 같았다. 층별 면적, 구조, 용도. 숫자도 거의 같았다. 다른 곳은 딱 한 줄이었다. 최신본 오른쪽 상단, 다른 글자보다 조금 작은 활자로 네 글자가 찍혀 있었다.
위반건축물.
2019년 사본에는 없던 글자다. 같은 건물, 같은 호실, 같은 면적. 그런데 한 장에는 있고 한 장에는 없다.
이 한 줄 때문에 한 가족의 개업이 다섯 달 가까이 밀렸다.

도장을 먼저 찍었다
의뢰인은 30대 후반의 부부였다. 상담 신청은 남편분이 이메일로 먼저 넣었고, 반려 통지 사진과 임대차계약서 사본이 첨부돼 있었다. 만나기 전에 검토는 이미 절반쯤 끝나 있었다.
배경은 이랬다.
남편분은 열두 해 다닌 회사에서 그해 봄 희망퇴직을 받았다. 퇴직금과 대출을 합쳐 마련한 돈으로 아내분과 함께 국수집을 열기로 했다. 아내분이 십수 년 손에 익힌 육수 레시피가 있었고, 부부는 그걸 가게로 만들 생각이었다. 초등학생 아이가 둘이었다.
자리는 이면도로 안쪽 1층, 82제곱미터. 앞서 같은 자리에서 백반집이 오 년쯤 영업하다 정리하는 중이었다. 권리금은 4,800만 원. 인테리어 계약금 1,000만 원이 따로 나갔고, 임대료는 월 260만 원, 무상 임대 두 달 조건이었다.
부부는 순서를 이렇게 밟았다. 자리를 보고, 전 사장을 만나고, 권리금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임대차계약을 하고, 인테리어 업체를 정하고,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을 냈다. 그리고 마지막에 구청 위생과에 영업신고서를 냈다.
마지막에 낸 그 서류가 반려됐다.
부부가 확인하지 않은 건 딱 하나였다. 계약 전에 건축물대장을 여는 일. 정부24에서 무료로, 삼 분이면 끝나는 일이다.

반려 사유는 한 줄이었다
첫 반려 통지서에 적힌 사유는 짧았다.
“해당 건축물이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로 등재되어 있어 영업신고 수리 불가.”
부부는 그 자리에서 담당자에게 물었다고 했다. 전 사장은 오 년간 같은 자리에서 밥집을 했는데 왜 우리는 안 되냐고. 담당자는 건축과에 문의하라고 안내했다.
건축과에 갔다. 위반 부분이 정비되어야 표기가 지워진다는 답을 들었다. 그럼 정비를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소유자가 자진 철거하고 신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소유자는 임대인이었다. 임대인에게 전화했다. 임대인은 자기가 만든 게 아니라 전 임차인이 만든 거라고 했다.
부부는 사흘 동안 세 곳을 돌았고, 각각의 답은 모두 틀린 데가 없었다. 다만 어느 답도 부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는 않았다.
행정 절차에서 흔히 생기는 상황이다. 창구마다 자기 소관 안에서 정확한 답을 준다. 그 답들을 하나의 순서로 꿰는 일은 아무 창구의 업무도 아니다.
부부가 사무실에 예약을 넣은 건 그다음 주 화요일이었다.

전 사장은 왜 됐을까
먼저 풀어야 할 건 이 질문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전 사장은 오 년을 영업했다. 그런데 왜 새 신고는 안 되는가.
부부는 담당자가 자기들에게만 엄격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그 의심을 풀어 주지 않으면 이후 절차 내내 감정이 소모된다. 그래서 이걸 먼저 확인했다.
전 사장의 영업신고 수리일은 2019년 4월이었다. 위반건축물 표기가 대장에 올라간 시점은 2024년 하반기. 구청이 항공사진 판독으로 무단 증축을 확인해 등재한 것이었다.
즉 전 사장은 표기가 붙기 오 년 전에 이미 수리를 받았다. 한번 수리된 신고는 그 뒤에 대장에 표기가 붙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반면 새 신고는 접수 시점의 대장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같은 자리인데 결과가 갈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담당자가 부부에게만 다르게 대한 게 아니었다. 시점이 달랐을 뿐이다.
이 설명을 듣고 남편분이 물었다. “그럼 전 사장님은 알고 팔았을까요.”
나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항공사진 판독으로 등재되면 소유자에게 시정명령이 가지, 임차인에게 통지가 가지는 않는다. 전 사장이 몰랐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지금 문을 열 수 있는지, 열 수 있다면 언제인지였다.

반려 사유를 서면으로 받았다
첫 번째로 한 일은 반려 사유를 문서로 다시 받는 것이었다.
이미 반려 통지서가 있는데 왜 또 받느냐고 물을 수 있다. 이유가 있다. 통지서의 “위반건축물로 등재되어 있어”라는 문장은 두 가지로 읽힌다.
하나는, 건물에 위반 표기가 있으면 그 건물 어느 호실이든 신고를 못 받는다는 뜻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위반으로 등재된 그 부분이 신고하려는 영업장 안에 들어와 있어서 못 받는다는 뜻일 수 있다.
이 둘은 해야 할 일이 완전히 다르다. 앞쪽이면 건물 전체 문제라 우리가 손댈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뒤쪽이면 영업장 범위를 다시 그리는 것만으로 풀릴 여지가 있다.
그래서 신고인 명의로 위생과에 서면 질의를 넣었다. 반려의 근거가 건물 단위인지 영업장 면적 단위인지, 위반 부분을 영업장에서 제외할 경우 수리 가능한지 두 가지를 물었다.
서면으로 물으면 답도 서면으로 온다. 서면으로 남는 답은 창구마다 달라지지 않는다. 이건 담당자를 압박하려는 게 아니라, 이후 절차 전체가 딛고 설 바닥을 만드는 작업이다.
아흐레 뒤 회신이 왔다. 요지는 두 번째였다. 위반으로 등재된 부분이 신고서에 기재된 영업장 면적에 포함되어 있고, 그 부분을 제외하고 시설기준을 충족한다면 검토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문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었다.

8.4제곱미터의 정체
회신을 받고 현장을 다시 갔다. 이번엔 줄자를 들고 갔다.
문제의 부분은 건물 뒤쪽에 붙은 8.4제곱미터짜리 판넬 구조물이었다. 전 임차인이 언젠가 주방을 넓히려고 뒷마당 쪽으로 덧대 지은 것. 겉에서 보면 창고처럼 보이지만 안쪽은 홀·주방과 문 없이 트여 있었다.
여기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재 보니 그 안에 2구 가스레인지 한 대, 업소용 냉장고 두 대, 그리고 개수대가 있었다. 즉 조리장의 상당 부분이 그 8.4제곱미터 안에 들어 있었다.
회신 내용대로 이 부분을 영업장에서 제외하고 신고할 수 있는지 계산해 봤다. 남는 공간은 홀 쪽 조리대 일부뿐이었다. 식품접객업은 조리장을 갖춰야 하고, 조리장은 객석과 구획되어야 한다. 남는 면적으로는 그 요건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방안은 접었다. 접은 이유를 부부에게 그대로 설명했다. “제외하면 신고는 되는데, 그렇게 되면 국수를 끓일 데가 없습니다.”
선택지는 하나로 좁혀졌다. 위반 부분을 실제로 정리하고, 대장의 표기를 지운 다음, 다시 신고하는 것.
문제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건축법상 시정 의무는 건축물 소유자에게 있다. 임차인이 남의 건물을 뜯을 수는 없다.

다른 자리를 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서, 남편분이 물었다. 그냥 이 자리를 포기하고 다른 데를 알아보는 게 빠르지 않겠느냐고.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 질문에 “일단 해 봅시다”라고 답하는 건 무책임하다. 실제로 접는 게 나은 사건도 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두 가지를 나란히 계산했다.
이 자리를 정리하고 나가는 경우. 권리금 4,800만 원은 회수 여부가 불확실하다. 권리금은 임차인들 사이의 문제라 관공서가 개입하지 않고, 회수하려면 별도로 다퉈야 하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이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여기에 이미 들어간 인테리어 계약금 1,000만 원, 그리고 새 자리에서 다시 발생할 권리금과 인테리어비가 더해진다.
이 자리를 살리는 경우. 남은 변수는 셋이었다. 소유자가 철거에 동의하는가, 철거 후 대장 표기가 실제로 말소되는가, 그 과정에 몇 달이 걸리는가. 비용 자체는 철거비 340만 원이 전부였고 그마저 부담 주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나머지는 전부 시간이었다.
정리하면, 나가는 쪽은 이미 나간 돈을 확정 손실로 만들고 새 비용을 더 쓰는 선택이었다. 남는 쪽은 돈은 거의 안 들고 시간만 드는 선택이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소유자가 끝까지 철거를 거부하면 남는 쪽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제안했다. 소유자와의 협의를 먼저 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하자고. 협의에 쓸 시간을 2주로 잡았다.
기한을 정해 두지 않으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가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결정하지 않은 채로 반년이 지난다.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고, 이 경우에는 가장 비싼 결정이다.

소유자가 잘못 알고 있던 것 하나
임대인은 60대 초반의 건물 소유자였다. 통화 첫마디는 단호했다. 자기가 지은 것도 아니고, 뜯으면 다음 임차인 구하기가 어려워지니 못 한다는 것이었다.
이 반응은 예상 범위 안이었다. 소유자 입장에서 철거는 비용만 나가고 얻을 게 없어 보인다. 여기서 감정으로 밀어붙이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대신 나는 한 가지를 확인했다. 이 건물에 이행강제금이 몇 번 부과됐는지였다.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부과 이력을 확인해 보니,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한 차례씩 부과되어 있었다. 두 건 합쳐 480만 원가량이었고, 2025년분은 미납 상태였다.
통화에서 임대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거 작년에 한 번 냈어요. 낸 걸로 끝난 거 아닙니까.”
여기가 갈림길이었다.
「건축법」 제7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같은 법 제80조에 따라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그리고 이 이행강제금은 과태료와 성격이 다르다. 과태료는 위반 행위 한 번에 한 번 부과되고 끝나지만, 이행강제금은 시정될 때까지 반복해서 부과된다. 한 번 냈다고 끝나는 돈이 아니라, 안 고치면 계속 나오는 돈이다.
쉽게 말해 임대인은 480만 원을 이미 냈고, 앞으로도 위반 상태가 유지되는 한 매년 비슷한 금액을 낼 예정이었다. 철거비 견적은 340만 원이었다.
이 계산을 A4 한 장으로 정리해 보내 드렸다. 부과 이력 두 건, 향후 반복 부과 구조, 철거비 견적, 그리고 정비 후 표기가 말소되면 부과가 멈춘다는 점.
닷새 뒤 임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철거하겠다는 것이었다.
관공서든 상대방이든 태도가 바뀔 때는 이유가 있다. 여기서의 이유는 설득이 아니라 산수였다. 임대인은 반복 부과 구조를 몰랐던 것뿐이고, 알고 나니 철거가 더 싼 선택이 됐다.
부부와 임대인 사이에는 철거 범위와 비용 부담, 그리고 철거 후 주방 재설치를 누가 하는지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그 합의 내용은 반드시 문서로 남기시라고 권했다. 구두로 정리된 조건은 두 달 뒤에 서로 다르게 기억된다.

뒤에서부터 거꾸로 짰다
철거 동의를 받은 다음 날, 전체 일정을 다시 짰다.
부부가 처음에 짠 일정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나가는 방식이었다. 계약하고, 인테리어 하고, 신고하고, 연다. 대부분이 이렇게 계획한다. 그런데 인허가가 걸린 일은 이렇게 짜면 거의 예외 없이 밀린다. 앞 단계가 하루 밀리면 뒤가 통째로 밀리고, 중간에 관공서 처리 기간이 끼어 있으면 그 기간은 줄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로 짰다. 문을 여는 날을 끝에 놓고, 거기서 거꾸로 올라오면서 각 단계에 필요한 날수를 붙였다.
거꾸로 올라오면 이렇게 나온다. 문을 열려면 영업신고증이 있어야 한다. 신고증이 나오려면 접수 후 며칠이 걸린다. 접수하려면 대장에 위반 표기가 없어야 한다. 표기가 말소되려면 현장 확인이 끝나야 한다. 현장 확인이 잡히려면 자진정비 신고가 접수되어야 한다. 접수하려면 철거가 끝나 있어야 한다. 철거를 하려면 소유자 동의와 철거업체 일정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늘어놓으니 가장 오래 걸리는 구간이 어디인지가 눈에 보였다. 철거 자체는 하루, 서류 작성은 이틀이면 된다. 그런데 자진정비 신고 후 현장 확인까지의 대기, 그리고 표기 말소 처리 기간은 우리가 줄일 수 없는 구간이었다. 여기에 몇 주가 들어간다.
우리가 줄일 수 있는 건 이 두 구간이 아니라, 그 구간 동안 다른 일을 병렬로 돌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배치했다. 현장 확인을 기다리는 동안 영업신고서와 시설 배치도를 완성해 두고, 아내분의 건강진단결과서를 받아 두고, 소방 해당 여부 회신을 받아 두고, 인테리어 잔여 공정 중 주방 배관처럼 철거와 무관한 부분을 먼저 끝내 둔다. 표기가 말소되는 날 오후에 곧바로 접수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 업체에도 이 일정표를 공유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언제 다시 들어가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다른 현장에 인력을 붙인다. 날짜를 주면 잡아 준다. 실제로 일정 조정은 두 번으로 끝났다.
이 분야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문장이 “오픈 날짜를 이미 잡아 놨는데요”다. 그럴 때 하는 일은 날짜를 지켜 드리는 게 아니라, 그 날짜가 가능한 날짜인지 뒤에서부터 계산해 보여 드리는 것이다. 안 되는 날짜를 지키려다 무신고 영업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되는 날짜로 옮기는 편이 훨씬 싸다.

소방은 안 하셔도 됩니다
철거 일정을 잡는 사이, 인테리어 업체에서 보낸 수정 견적서를 검토했다.
거기에 항목 하나가 새로 들어와 있었다. 소방 안전시설 공사와 완비증명 관련 비용, 380만 원이었다. 업체 담당자는 “요즘 음식점은 다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하면 안전시설등 완비증명서, 이른바 소방필증이 있어야 영업신고증이 나온다. 이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모든 음식점이 다중이용업소인 것은 아니다. 일반음식점은 영업장 바닥면적 합계가 일정 기준 이상일 때 다중이용업에 해당하고, 지하층이냐 지상층이냐에 따라 기준 면적이 다르다.
이 가게는 지상 1층이고, 위반 부분을 뺀 영업장 면적은 74제곱미터 남짓이었다. 기준선 아래였다.
관할 소방서에 다중이용업 해당 여부를 확인해 비해당임을 회신으로 받았다. 이 한 장으로 380만 원 항목이 견적에서 빠졌다.
여기서 짚을 점이 있다. 인테리어 업체가 잘못을 한 게 아니다. 업체는 시공을 하는 사람들이지 인허가 판정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애매하면 넣어 두는 쪽이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다만 그 판단의 비용은 사장님이 낸다.
이 분야에서 우리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이 이런 것이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 없는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를 판정하고, 관계 기관에 해당 여부를 확인해 회신을 받아 두고, 신고 서류를 끝까지 책임진다. 견적에서 빠질 항목이 공사 전에 가려지는 것이 이 순서의 이점이다.
부부에게는 그날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나간 돈은 되돌리기 어렵지만, 앞으로 나갈 돈은 줄일 수 있습니다.”

시식회는 안 됩니다
철거 일정이 잡히고 나서, 남편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방 설비는 이미 들어와 있고, 홀 인테리어도 거의 끝났다. 임대료는 매달 나가고 있다. 정식 오픈은 아니고, 아는 사람들만 불러서 시식회 정도는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절박한 질문이었다. 무상 임대 두 달은 이미 끝나 있었고, 그 시점까지 나간 임대료가 세 달치였다.
나는 말렸다. 강하게 말렸다.
영업신고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면 무신고 영업이 될 수 있다.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이 언제나 방패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신고 영업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여기에 간판 제거, 영업 부적격 게시문 부착, 영업 기구 봉인 같은 행정조치가 따라붙는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한 적이 있다. 영업신고 요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영업장 건축물이 건축법상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건물이라면 적법한 신고를 할 수 없고, 그 상태에서 영업을 계속한 것은 무신고 영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6829 판결).
여기서 더 무거운 건 순서 문제였다. 부부는 이미 사업자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세금계산서를 받으려고 인테리어 계약과 함께 세무서부터 다녀온 것이다. 인허가가 필요한 업종은 인허가를 먼저 받고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업자등록증이 손에 있으면 “이제 장사해도 되는 것 같은” 감각이 생기는데, 그 감각이 정확히 이 지점에서 사고를 만든다.
사업자등록증은 세무 관계의 서류이고, 영업할 수 있는 자격은 영업신고증에서 나온다. 두 장은 다른 문서다.
부부는 시식회를 하지 않았다. 넉 달째 되던 그 무렵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구간이었을 것이다.

항공사진을 기다리지 않는 방법
철거 자체는 하루면 끝나는 일이었다. 진짜 관문은 그다음이었다.
건축물대장의 위반건축물 표기는 철거했다고 저절로 지워지지 않는다. 정비 사실이 확인되어야 말소된다. 그리고 확인 방식이 문제였다.
담당 부서에 물어보니 위반 사항은 통상 항공사진 판독 결과로 일괄 정리한다고 했다. 판독은 연 단위로 돌아간다. 다음 회차까지 기다리면 여섯 달이 넘게 남아 있었다. 그때까지 기다리면 부부는 임대료만 여섯 달치를 더 내고, 그 지점에서 사업은 사실상 접힌다.
그래서 항공사진을 기다리지 않는 경로를 택했다. 위반 사항 자진정비 신고를 넣고, 담당자의 현장 확인으로 정비 사실을 확인받는 방식이다. 이 경로 자체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장 확인 일정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자료가 부실하면 재방문이 생긴다.
일정을 앞당기려면 담당자가 현장에서 판단할 재료를 미리 다 갖춰 두어야 한다. 그래서 다음을 준비했다.
첫째, 철거 전 사진을 철거 당일 아침에 다시 찍었다. 기존 사진은 몇 달 전 것이라 현재 상태의 기준점이 되지 못했다.
둘째, 철거 과정을 단계별로 촬영했다. 판넬 해체, 골조 제거, 바닥 정리 순서로. 철거 후 사진만 있으면 “원래부터 그랬던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남는다.
셋째, 철거업체에서 폐기물 처리 확인서를 받았다. 건축폐기물이 실제로 반출됐다는 객관적 자료다. 사진은 각도를 고를 수 있지만 처리 확인서는 그렇지 않다.
넷째, 철거 후 상태를 반영한 현황 도면을 다시 그렸다. 나중에 영업신고서에 첨부할 시설 배치도와 면적이 여기서 확정된다. 같은 도면을 두 번 그리지 않으려고 이 시점에 정리했다.
다섯째, 신청서에 소유자와 임차인의 연락 가능 시간을 명시하고, 현장 확인 시 즉시 개문 가능하다는 점을 적었다. 사소해 보이지만 담당자가 일정을 잡을 때 실제로 영향을 준다.
이 다섯 가지를 묶어 자진정비 신고서를 접수한 게 철거 이틀 뒤였다. 현장 확인은 열하루 만에 이루어졌고, 재방문 없이 한 번에 끝났다.

판넬 뒤에서 나온 것
철거 당일에 작은 일이 하나 있었다.
판넬 벽을 뜯어내자 그 뒤 공간에서 낡은 나무 간판이 하나 나왔다. 전 임차인의 백반집 상호가 적힌, 페인트가 반쯤 벗겨진 판이었다. 아마 새 간판으로 바꾸면서 버리기 아까워 벽 뒤에 세워 두었다가 그대로 덮인 모양이었다.
부부는 그걸 물로 씻어 말렸다. 그리고 개업 후에 홀 안쪽 벽에 걸어 두었다. 아내분 말로는, 앞서 이 자리에서 오 년을 버틴 사람이 있었다는 게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고 한다.
철거 현장에서 나온 물건이 인테리어 소품이 된 셈이다. 원래 없애려고 뜯은 벽이었는데.

표기가 지워진 날
현장 확인이 끝나고 아흐레 뒤, 건축물대장에서 위반건축물 표기가 말소됐다.
말소를 확인한 그날 오후에 영업신고서를 다시 접수했다. 접수 서류는 미리 다 만들어 둔 상태였다. 표기가 지워진 뒤에 서류를 만들기 시작하면 또 며칠이 흐른다.
이때 챙긴 것들을 적어 둔다.
영업장 면적 재확정. 철거 후 도면 기준 74.3제곱미터로 다시 기재했다. 첫 신고서의 82제곱미터를 그대로 냈으면 대장 면적과 맞지 않아 다시 반려될 수 있었다.
위생교육 이수증과 건강진단결과서. 원칙은 신고 전 이수다. 남편분은 첫 신고 준비 때 이미 받아 두었는데 아내분은 아직이었다. 영업자 명의는 남편분 단독이라 신고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실제로 조리에 종사하는 아내분의 건강진단결과서는 별도로 필요했다. 이 부분을 접수 전에 정리했다.
신규 대장 사본 첨부. 위반 표기가 말소된 최신 대장을 직접 떼어 붙였다. 담당자가 시스템에서 조회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붙여 두면 심사 흐름이 한 단계 짧아진다.
신고 수수료 28,000원.
그리고 부부에게 한 가지를 더 안내했다. 신고증을 받았다고 그날로 끝이 아니라는 것. 신고관청은 신고증 발급 후 일정 기간 안에 시설 확인을 나온다. 신고서에 적은 대로 시설이 유지되고 있어야 한다. 개업 직후에 주방 배치를 바꾸거나 좌석을 늘리면 여기서 걸린다.
영업신고증은 접수 나흘 뒤에 나왔다. 첫 반려로부터 넉 달 열흘째였다.

오픈 사흘 전, 가격표 이야기
신고증이 나오고 오픈 날짜를 잡은 뒤에 부부를 한 번 더 만났다. 이번엔 처분이 아니라 예방 이야기였다.
2026년 9월 1일부터 가격표와 관련한 행정처분 기준이 달라졌다. 종전에는 가격표를 게시하지 않거나 게시한 가격보다 더 받았을 때 1차는 시정명령이었다. 개정 후에는 1차부터 영업정지 5일이다. 2차 10일, 3차 20일로 올라간다. 한 번은 봐주던 단계가 없어진 셈이다.
새로 여는 가게가 여기 걸릴 수 있는 지점은 생각보다 흔하다. 재료값이 올라 메뉴 가격을 조정했는데 벽에 붙은 가격표를 그대로 두는 경우, 배달앱 가격과 매장 가격이 어긋나는 경우. 어느 쪽도 악의로 하는 일이 아닌데 결과는 문을 닫는 것이다.
반대로 사장님에게 유리해진 변화도 같은 날 함께 시행됐다. 영업신고증을 영업장 안에 보관해야 하는 의무와 그에 따른 과태료 규정이 폐지됐다. 신고증을 잃어버리면 과태료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다. 담당 공무원이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분실을 이유로 처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다. 다만 변경신고 기한 7일은 그대로다. 상호를 바꾸거나 영업장 면적을 바꾸면 7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부부에게는 가격표를 코팅해서 붙이지 말라고 했다. 가격을 바꿀 때마다 새로 뽑아 갈아 끼울 수 있는 형태가 낫다. 코팅한 가격표는 잘 안 바꾸게 된다.
행정에서 사고는 대개 나쁜 마음이 아니라 귀찮음에서 난다.
사안마다 요건과 처분 기준이 다르므로, 실제 적용 여부는 관할 관청에 개별 확인이 필요하다.

다섯 달
가게는 그해 가을에 문을 열었다.
첫 상담부터 개업까지 넉 달 반, 부부가 처음 권리금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부터 세면 다섯 달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나간 임대료가 여섯 달치였고, 인테리어 업체와의 일정도 두 번 조정됐다.
되짚어 보면 이 일에서 실제로 어려웠던 부분은 법리가 아니었다. 조문이 복잡한 사건도 아니었다. 어려웠던 건 답이 세 군데에 나뉘어 있었고, 그 세 답을 어떤 순서로 밟아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생과는 대장이 정리되어야 한다고 했고, 건축과는 소유자가 신청해야 한다고 했고, 소유자는 자기가 만든 게 아니라고 했다. 셋 다 맞는 말이었다. 그 사이에서 순서를 만드는 일이 남아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계약 전에 건축물대장을 한 번 열어 봤다면 통째로 없었을 일이다. 정부24에서 무료로, 삼 분이면 끝나는 일이다. 자리가 마음에 들어 마음이 급해질 때, 그 삼 분이 가장 먼저 생략된다.
개업하고 얼마 뒤에 아내분이 사무실에 들르셨다. 육수를 담은 통 하나를 들고 오셨는데, 그날 사무실은 오후 내내 국수 냄새가 났다.
행정 절차는 종종 사람의 시작을 몇 달씩 유예시킨다. 그 시간을 최대한 짧게 만드는 일이, 우리가 하는 일 중 하나다.

이런 상황이라면
① 계약 전에 건축물대장을 연다. 정부24에서 무료로 열람된다. 표제부에 위반건축물 표기가 있는지, 건물 용도가 하려는 업종에 맞는지 두 가지를 본다. 권리금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해야 한다.
② 반려 사유가 애매하면 서면으로 다시 묻는다. 건물 단위 문제인지 영업장 범위 문제인지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완전히 달라진다.
③ 이행강제금은 한 번 내고 끝나는 돈이 아니다. 시정할 때까지 반복 부과된다. 소유자와 협의할 때 이 구조를 정확히 공유하면 대화의 방향이 달라진다.
④ 영업신고증이 나오기 전에는 음식을 내지 않는다. 시식회, 지인 초대, 무료 제공 모두 위험하다. 사업자등록증은 영업할 자격을 주는 문서가 아니다.
⑤ 인허가가 필요한 업종은 인허가 → 사업자등록 순서다. 세무서부터 다녀오면 순서가 꼬인다.
이 글은 실제 상담 사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등장하는 인물·상호·지명·수치는 특정 개인이나 사건과 무관합니다.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재구성한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인천 송도(포스코타워송도)에 자리한 행정사사무소입니다. 행정심판·인허가 및 영업신고 대행, 외국인 출입국(비자·체류), 정기 행정관리를 다룹니다. 음식점·미용업·학원처럼 신고와 등록이 필요한 업종은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할 것과 계약 후에 해야 할 것의 순서가 정해져 있고, 그 순서가 어긋나면 비용이 먼저 나갑니다. 저희 사무소는 그 순서를 정리하고 서류를 맡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궁금하시면 편하게 문의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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