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업무 사례

[권익구제] 공무원 징계 소청심사 청구 절차·서류 — 30일 지나면 각하

2026년 9월 13일 황윤상 행정사

추석을 앞둔 9월이면 사무실 달력에 동그라미가 부쩍 늘어납니다. 🍂

인천 연수구 송도에 사무실을 둔 행정사입니다. 일하며 마주친 일화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이맘때 동그라미가 느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연휴 전에 끝내야 하는 일, 연휴 때문에 밀리는 일, 연휴가 끼어서 기한 계산이 헷갈리는 일이 한꺼번에 몰리거든요. 관공서는 쉬어도 법이 정한 날짜는 쉬지 않습니다. 달력의 빨간 날 사이사이에 청구기간, 보완기간, 제출기한이 끼어 있습니다. 그해 9월, 제 달력에서 가장 굵게 그어진 동그라미는 한 공무원의 ‘30일’이었습니다.

그 30일은 이미 절반쯤 지나 있었습니다. 문제는 날짜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억울한 건지, 잘못한 건지부터 헷갈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헷갈림이, 사실 이 사건의 핵심이었습니다.

밤 열한 시에 온 긴 이메일

그 주 화요일 밤, 사무실 메일함에 긴 이메일 한 통이 들어왔습니다. 발신 시각은 밤 11시 40분. 보낸 분은 인천에 있는 한 국가기관 소속의 30대 초반 공무원이었습니다.

메일에는 사진 두 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징계처분 사유설명서’, 다른 하나는 징계위원회 의결서 요약본이었습니다. 처분은 감봉 1개월. 사유는 ‘겸직 허가 없이 영리 업무에 종사’.

사연은 이랬습니다. 그는 몇 해 전부터 주말마다 캠핑을 다니며 짧은 영상을 찍어 올렸습니다. 텐트 치는 법, 비 오는 날 장작 말리는 법 같은 소소한 내용이었죠. 처음엔 구독자 몇십 명짜리 채널이었는데, 어느 겨울 올린 ‘혼자 하는 동계 캠핑 준비’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면서 구독자가 늘었고, 결국 수익 창출 조건을 넘겼습니다.

공무원이 개인 방송으로 수익이 생기면 소속 기관장의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영리 업무에 종사하거나 소속 기관장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고, 인사혁신처 복무 지침에 따라 인터넷 개인 방송도 수익 요건을 넘으면 허가 대상이 됩니다.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허가 신청을 했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메일은 이 문장으로 끝나 있었습니다.

만나기 전에 검토는 절반쯤 끝나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날짜였습니다. 처분사유설명서를 받은 날은 8월 26일. 「국가공무원법」 제76조 제1항은 처분사유 설명서를 받은 공무원이 불복하려면 그 설명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풀면, 이 30일을 넘기면 내용이 아무리 억울해도 심사 자체를 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기간 계산은 받은 날 다음 날부터 셉니다. 마지막 날이 휴일이면 그다음 날까지 늘어나지만, 그걸 믿고 느긋하게 있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추석 연휴가 통째로 끼어 있었으니까요. 관공서에 뭔가를 요청하고 답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면, 연휴는 그대로 공백이 됩니다.

답장을 보냈습니다. “목요일 오후 두 시에 뵙겠습니다. 처분 관련 서류는 원본 그대로 가져와 주시고, 겸직 신청을 하셨다는 시기 전후의 기억나는 것은 전부 적어 와 주세요.”

그가 이미 혼자 해 본 것들

목요일 오후, 예약 시간에 맞춰 그분이 오셨습니다. 🙂 서류는 투명 파일에 날짜순으로 꽂혀 있었습니다. 성실한 사람이라는 건 파일 정리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성실함이 이번에는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미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본 상태였습니다. 봄에 복무 점검에서 채널 수익이 확인됐을 때, 그는 곧바로 사유서를 냈습니다.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신청서를 냈고, 담당자에게 확인까지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위원회는 신청 사실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관의 겸직 허가 대장에는 그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신청을 했는데 왜 대장에 이름이 없을까요. 그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신청은 재작년 겨울, 전 부서에 있을 때 했습니다. 서식을 작성해 내부 전자문서로 올렸고, 당시 복무 담당 주무관에게 메신저로 “올렸습니다” 하고 알렸습니다. 답은 “네, 확인해서 처리할게요”였습니다. 그리고 2주 뒤 정기 인사가 났습니다. 그도, 그 담당 주무관도 다른 부서로 옮겼습니다.

“허가 났다는 통보는 받으셨어요?” 제가 물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아니요. 그런데 반려됐다는 연락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된 줄 알았어요.”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이 사건의 모양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동시에, 징계위원회가 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허가 없이 수익을 받은 기간이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허가는 ‘신청’이 아니라 ‘허가’가 나야 효력이 생깁니다. 이 부분은 다툴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소청심사 청구서는 누구 명의로 내나

그분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소청심사위원회에 대신 나가 주실 수도 있나요?”

“청구서는 선생님 명의로 내시고, 심사 날 진술도 직접 하시게 됩니다.” 저는 이렇게 답하고, 소청심사 청구서와 정보공개청구서 문안, 보충서면은 함께 작성하고 흩어진 자료도 정리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본인이 직접 진술하면, 서면에 담긴 사실이 위원회 앞에서 본인의 말로 한 번 더 확인된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실 그는 이미 공무원노조를 통해 한 차례 전화 상담을 받은 뒤였습니다. 쟁점이 복잡하지 않으니 본인이 직접 청구해 보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막상 청구서를 쓰려고 하니, 무엇을 어떤 순서로 담아야 할지, 어떤 자료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부터 막막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할 일은 정확히 거기서부터였습니다.

기한부터 거꾸로 세다

그날 저녁, 저는 세 가지를 나눠서 정리했습니다.

첫째, 청구기간의 끝을 확정했습니다. 8월 26일 수령, 다음 날부터 30일. 그 안에 추석 연휴가 있었습니다. 저는 청구서 제출 목표일을 연휴 전 마지막 평일로 잡았습니다. 기한 끝자락까지 끌 이유가 없었습니다. 우편이 늦거나 온라인 접수에서 파일 오류가 나면, 그 하루가 모든 걸 날릴 수 있으니까요.

둘째, 모든 자료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소청심사는 청구서를 먼저 내고, 이후 보충 자료를 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완벽한 청구서를 만들다 기한을 놓치는 것보다, 핵심 주장과 입증 계획을 담은 청구서를 기한 안에 내고 자료는 뒤이어 보충하는 편이 훨씬 안전했습니다.

셋째, 다툼의 방향을 좁혔습니다. ‘처분 취소’가 아니라 ‘징계 양정이 과하다’는 쪽으로요.

그분은 처음에 당연히 취소를 원했습니다. “신청을 했는데 기관이 처리를 안 한 거잖아요.” 마음은 이해가 됐습니다. 하지만 서류로 보면,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익이 발생한 기간은 엄연히 존재했습니다. 그걸 부정하는 청구서는 첫 장부터 설득력을 잃습니다.

대신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위반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고의로 허가를 피한 것이 아니라 신청 절차를 밟았고, 그 신청이 인사이동 과정에서 처리되지 않은 사정이 있다. 수익 규모가 작고, 직무와 무관하며, 적발 직후 바로 허가를 받아 정상화했다. 그렇다면 감봉은 무겁다.

행정 다툼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이길 수 없는 싸움에 힘을 쏟다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을 놓치는 것입니다.

그분은 한참 청구서 초안 목차를 들여다보다가 물었습니다. “그럼 제가 잘못했다고 먼저 인정하는 거네요?” 맞는 말이었습니다. 다만 인정의 범위를 정하는 것도 청구인의 선택입니다. 허가가 나기 전에 수익이 생긴 사실은 인정하되, 허가를 피하려 했다는 평가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과 평가를 나눠서 적는 것, 청구서의 첫 문단은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그는 초안을 두 번 더 읽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목차 옆에 연필로 작게 한 줄을 적었습니다. 사실은 인정, 평가는 다툼.

사라진 신청서를 찾아서

문제는 ‘신청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일이었습니다. 징계위원회에서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자료가 없어서였습니다.

그는 왜 그때 자료를 내지 못했을까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사이동 때 PC가 교체되면서 내부 메신저의 대화 기록이 함께 사라졌습니다. 메신저는 PC에 대화를 저장하는 방식이었고, 그는 백업을 해 두지 않았습니다. 전자문서시스템에서 자기가 올린 문서를 찾아보려 했지만, 부서가 바뀌면서 예전 부서 문서함에는 접근 권한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신청서가 증발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자문서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가 주목한 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개인 PC에 저장된 메신저 기록은 지워질 수 있어도, 기관 전자문서시스템에 올라간 문서는 서버에 기안·접수·결재 이력이 남습니다. 결재가 끝나지 않았다면 ‘결재 대기’나 ‘보류’ 같은 상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렇다면 그 기록은 그의 개인 기록이 아니라 기관이 보유한 공공기록입니다.

“본인 신청 문서의 처리 이력은 정보공개청구로 요청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자, 그는 그런 방법이 있는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그렇습니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모든 행정 절차를 아는 건 아닙니다. 매일 민원을 처리하는 사람도, 자기 일이 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게 보통입니다.

저는 정보공개청구서 문안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요청 대상은 세 가지로 좁혔습니다. ①청구인이 재작년 12월 전후로 기안한 겸직허가 신청 문서의 존재 여부와 처리 상태 ②해당 문서의 결재 경로와 각 단계의 처리 일시 ③같은 기간 복무 담당 부서의 겸직허가 접수 현황. 범위를 넓게 쓰면 ‘특정되지 않는다’며 보완 요구가 오고, 그러면 시간이 더 걸립니다. 날짜와 문서 종류를 최대한 특정한 이유입니다.

정보공개청구는 처리에 열흘 정도가 걸리고, 사정에 따라 연장될 수 있습니다. 추석 연휴까지 끼면 청구기간 안에 답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앞서 정한 두 번째 원칙, ‘자료를 기다리지 않는다’가 여기서 의미를 가졌습니다. 청구서에는 “신청 사실을 입증할 전자문서 처리 이력을 정보공개청구 중이며, 회신 즉시 보충 제출하겠다”고 명시하기로 했습니다.

전 동료의 한 마디

그 주 금요일,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당시 복무 담당이던 주무관님이랑 통화했어요.” 두 사람은 인사 이후 연락이 끊겼다가, 이번 일로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 주무관은 신청 문서를 받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고 했습니다. 인사 발령이 나기 직전이라 인수인계 목록에 넣으려 했는데, 짐 정리와 업무 인계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빠진 것 같다고.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고 합니다. “필요하면 사실확인서 써 드릴게요.”

저는 반가우면서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동료의 사실확인서는 도움이 되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기억에 의존한 진술이고, 가까운 사이라면 신빙성을 낮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확인서에는 감정 섞인 표현 없이, 확인할 수 있는 사실만 담도록 안내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문서를 받았는지, 인사 발령일이 언제였는지, 인수인계 과정이 어땠는지. 그리고 이 확인서는 전자문서 이력이 나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보조 자료로 쓰기로 했습니다.

증거는 하나보다 여러 개가 서로 맞물릴 때 힘이 생깁니다. 기관 기록과 사람의 기억이 같은 날짜를 가리키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 사실이 됩니다.

그 규정을 다시 읽은 밤

주말 밤, 저는 사무실에 남아 징계 양정 기준을 다시 펼쳤습니다. 🌙

공무원 징계는 비위의 유형과 정도, 고의·과실 여부에 따라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같은 영리업무 금지 위반이라도 ‘의도적으로 숨긴 경우’와 ‘절차를 밟았지만 허가가 나기 전 수익이 생긴 경우’는 무게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표창 공적이나 평소 근무 태도 같은 감경 요소도 따로 규정돼 있습니다.

그 부분을 읽다가 그의 인사기록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첫 상담 때 그는 지나가듯 말했습니다. 몇 년 전 감염병 대응 업무에 차출됐을 때 기관장 표창을 받은 적이 있다고. 그땐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징계위원회 의결서 요약본을 다시 보니 공적 사항에 대한 언급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감경 요소가 검토됐는지, 검토됐다면 어떻게 판단됐는지가 드러나 있지 않았습니다.

그 표창이 감경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표창의 종류와 규정에 따라 달라지니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청구서에 공적 사항을 명확히 적고, 표창 사본과 근무 평정 자료를 함께 붙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판단은 위원회가 하는 것이고, 청구인의 몫은 판단할 재료를 빠짐없이 올려놓는 것이니까요.

그날 밤, 사건 전체를 시간순으로 다시 세웠습니다. 채널 개설, 수익 요건 충족 시점, 겸직허가 신청일, 인사 발령일, 수익 발생 기간, 복무 점검일, 사후 허가 신청일, 허가일, 징계 의결일, 처분사유설명서 수령일. 줄을 세워 놓고 보니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수익 요건을 넘긴 날과 겸직허가 신청일 사이는 3주였습니다. 요건 충족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신청한 셈입니다. 그리고 복무 점검에서 문제가 된 직후, 그는 다시 신청해 한 달 만에 허가를 받았습니다. 두 번의 신청 모두 ‘알게 된 즉시’였습니다. 허가를 피하려 한 사람의 행동 패턴이 아니었습니다. 이 타임라인 한 장이 청구서의 뼈대가 됐습니다.

잃을 것이 있는 사람

청구서를 쓰면서, 그분이 왜 그렇게까지 이 일에 매달리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그는 봄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내는 육아휴직 중이었고, 전세 대출 이자는 매달 빠져나갔습니다. 감봉 1개월이면 그달 보수의 일부가 깎입니다. 그것만이면 버틸 만했습니다.

더 큰 건 승진이었습니다. 징계를 받으면 일정 기간 승진 임용이 제한되는데, 감봉과 견책은 그 기간부터 차이가 큽니다. 그는 내년 상반기 승진 심사 대상이었습니다. 감봉이 유지되면 그 심사를 통째로 건너뛰게 됩니다. 성과상여금과 각종 평가에도 영향이 이어집니다. 한 달 치 보수가 아니라, 몇 년의 경력 곡선이 걸린 일이었습니다.

그는 이 이야기를 담담하게 했습니다. 억울하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확인을 끝까지 안 한 건 맞으니까요.” 그 한 문장이, 오히려 청구서의 어조를 정해 줬습니다. 변명하지 않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그 위에서 비례를 묻는 청구서.

송편 상자의 정체

연휴 전 마지막 주 화요일, 그분이 청구서 최종본을 확인하러 오셨습니다.

양손에 똑같이 생긴 종이 쇼핑백을 하나씩 들고 계셨죠. 자리에 앉자마자 한쪽 쇼핑백을 제 앞으로 쓱 내미셨습니다. “이거, 증거 자료요.”

열어 보니 송편이었습니다. 😄 어머니가 직접 빚으셨다는, 깨와 콩이 반반 들어간 송편. 그분은 얼굴이 빨개져서 다른 쇼핑백을 다시 내밀었고, 거기엔 표창 사본과 근무 평정 자료, 채널 수익 정산 내역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습니다. 둘 다 추석 선물 가게에서 받은 같은 쇼핑백이었던 겁니다.

“증거 1호는 제가 잘 보관하겠습니다.” 그날 오후 사무실에서 송편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서류 검토는 조금 더 오래 걸렸습니다.

청구서에 담긴 네 개의 축

최종 청구서는 네 개의 축으로 구성했습니다.

첫째, 사실관계의 재정리. 위반 사실은 인정하되, 수익 요건 충족 직후 겸직허가를 신청했고, 그 신청이 인사이동 과정에서 처리되지 않은 사정을 시간순으로 적었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진행 사실과 보충 제출 계획도 함께 명시했습니다.

둘째, 고의성의 부재. 두 번의 신청이 모두 ‘알게 된 즉시’였다는 타임라인을 앞에 두었습니다. 허가를 회피할 의도가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라는 점을요.

셋째, 위반의 정도. 수익 규모가 월 몇만 원 수준으로 작았다는 점, 내용이 캠핑 정보로 직무와 무관하고 비밀 누설이나 품위 손상 요소가 없었다는 점, 근무시간 외 활동이었다는 점, 적발 직후 곧바로 허가를 받아 정상화했다는 점.

넷째, 감경 요소. 표창 공적과 근무 평정, 그리고 원처분 의결 과정에서 공적 사항이 어떻게 검토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

청구서는 그분이 직접 서명해 본인 명의로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연휴 전 마지막 평일, 오전 중에 접수를 마쳤습니다. 기한까지는 아직 여유가 남아 있었습니다. 접수 확인을 받은 순간, 달력의 굵은 동그라미 하나에 줄이 그어졌습니다.

그리고 청구서 마지막에는 한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소청 절차에서는 원래 처분보다 무거운 결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14조 제7항은 소청심사위원회가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의 청구를 심사할 때 원징계처분보다 무거운 징계를 부과하는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풀어 말하면, 청구했다가 오히려 더 무거워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야 그분의 표정이 조금 풀렸습니다. 소청을 망설이던 가장 큰 이유가 그거였다고 했습니다.

연휴가 지나고 도착한 회신

연휴가 끝나고 일주일쯤 지나 정보공개청구 회신이 왔습니다.

회신 자료에는 그가 재작년 12월에 기안한 겸직허가 신청 문서가 있었습니다. 처리 상태는 ‘결재 대기’. 담당자 접수 일시가 찍혀 있었고, 그다음 단계로는 넘어가지 않은 채 멈춰 있었습니다. 반려도, 허가도 아닌 상태로 2년 가까이 서버 한편에 남아 있었던 겁니다.

그는 그 자료를 받아 들고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있었네요.” 그게 전부였습니다.

저는 그 자료를 보충서면에 붙이는 작업을 도왔습니다. 보충서면은 짧게 썼습니다. 새로운 주장을 늘어놓기보다, 청구서에서 “입증하겠다”고 했던 부분이 실제로 입증됐다는 사실만 명확히 연결했습니다. 전자문서 처리 이력, 동료의 사실확인서, 인사 발령 공문의 날짜. 세 자료가 같은 시기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기관의 답변서

보충서면을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분 기관의 답변서가 도착했습니다. 소청이 청구되면 위원회는 처분 기관에 답변을 요구하고, 그 답변서 사본이 청구인에게도 전달됩니다.

답변서의 논리는 예상한 그대로였습니다. 겸직 허가는 허가가 있어야 효력이 생기고, 신청 후 처리 결과를 확인할 책임은 신청자에게 있다. 허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수익을 받은 이상 비위는 성립한다. 징계 양정은 기준 범위 안에서 이뤄졌다. 기관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고, 틀린 말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답변서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었습니다. 전자문서 처리 이력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문서가 접수된 뒤 왜 결재 대기 상태로 멈췄는지, 인사이동 때 미결 문서가 어떻게 인계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습니다. 답변서가 작성될 무렵에는 정보공개 회신이 막 나온 참이라, 기관도 그 부분까지는 정리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분과 함께 반박 서면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기관의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확인 책임이 청구인에게 있다는 점은 이미 청구서에서 인정했으니,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대신 질문을 하나로 좁혔습니다. “신청 절차를 밟은 사람과,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람을 같은 무게로 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이 될 자료를 순서대로 다시 붙였습니다. 전자문서 이력, 사실확인서, 인사 발령 공문, 사후 허가서.

반박 서면은 두 장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짧은 서면이 좋은 이유는 분량 때문이 아닙니다. 쟁점이 하나로 모이면, 읽는 사람도 그 하나에 대해 판단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행정 서류에서 가장 강한 문장은 대개 가장 짧은 문장입니다.

그 무렵 그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기관을 상대로 싸우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다시 그 사람들이랑 일해야 하니까요.” 저는 소청은 싸움이라기보다 판단을 한 번 더 받아 보는 절차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서면 어디에도 누구를 탓하는 문장은 넣지 않았습니다. 인사이동 때 미결 문서가 빠지는 건 어느 조직에서나 생길 수 있는 일이고, 그걸 한 사람의 잘못으로 몰아갈 이유도 없었습니다. 필요한 건 그 사정이 양정에 반영되는 것, 그뿐이었습니다.

심사 날

심사 기일 통지가 왔고, 그는 정해진 날 직접 출석해 진술했습니다. 🍁

진술 준비는 그분 스스로 했습니다. 저는 청구서와 보충서면의 흐름을 한 장짜리 요약표로 정리해 드렸을 뿐입니다. 어떤 자료가 어느 주장을 뒷받침하는지, 순서대로 볼 수 있게. 무엇을 말할지는 본인이 정했습니다. 그는 인정할 건 먼저 인정하고, 설명할 건 짧게 설명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저녁 그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위원님이 ‘신청하고 나서 왜 확인을 안 했느냐’고 물으셨어요. 제가 잘못한 부분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그게 가장 좋은 대답이었을 거라고 답장했습니다. 청구서가 처음부터 그 태도로 쓰였으니까요.

결정서가 도착한 날

결정서는 가을이 한창일 무렵 도착했습니다.

결과는 감봉 1개월에서 견책으로 변경. 취소는 아니었습니다.

결정서는 담담했습니다. 허가 없이 영리 업무에 종사한 기간이 있었던 이상 비위 사실은 인정된다. 다만 청구인이 수익 요건 충족 직후 겸직허가를 신청한 사실이 전자문서 처리 이력으로 확인되고, 그 신청이 소속 기관의 인사이동 과정에서 처리되지 않은 사정이 있으며, 수익 규모와 직무 관련성, 사후 정상화 노력, 공적 사항 등을 종합하면 원처분은 다소 과중하다. 대략 그런 취지였습니다.

위원회가 모든 주장을 받아들인 건 아니었습니다.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은 청구인에게 있다고 분명히 적었습니다. 저는 그 부분이 오히려 이 결정을 설득력 있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쪽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양쪽의 사정을 저울에 올린 결과였으니까요.

견책도 징계입니다. 기록에 남습니다. 하지만 승진 제한 기간은 크게 줄었고, 그는 내년 심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더 다툴 수도 있었지만, 그는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납득했다고 했습니다.

다시 월요일

며칠 뒤, 그분이 짧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채널은 계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엔 허가서 사본을 파일로도, 종이로도 보관해 두었다고요. 그리고 부서 동료들에게 겸직 허가를 받았는지, 받았다면 허가 통보까지 확인했는지 한 번씩 물어봤다고 했습니다. 두 명이 통보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답니다.

행정에서 ‘신청했다’와 ‘허가받았다’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거리가 있습니다. 그 거리 어딘가에서 서류가 멈추면, 책임은 대개 신청한 사람에게 돌아옵니다. 그렇다고 멈춘 사정까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 사정을 기록으로 되살려 저울에 올리는 것, 이번 일은 결국 그 작업이었습니다.

그해 추석, 사무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송편 두 알은 결정서가 도착한 날 오후에야 비로소 먹었습니다. 조금 굳어 있었지만, 맛은 괜찮았습니다. 😊

이런 상황이라면 먼저 확인해 보세요

① 처분사유설명서를 받은 날짜부터 확인하세요. 그다음 날부터 30일이 청구기간이고, 지나면 심사 자체를 받기 어렵습니다. ② 모든 자료가 모일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청구서를 기한 안에 먼저 내고, 자료는 보충 제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③ ‘없어진 줄 알았던 기록’은 기관 전자문서시스템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 신청 문서의 처리 이력은 정보공개청구로 요청해 볼 수 있습니다. ④ 위반 사실을 무작정 부정하기보다, 고의 여부·정도·사후 조치·공적 사항을 차분히 정리하는 쪽이 설득력 있습니다. ⑤ 심사 날 진술은 본인이 직접 합니다. 청구서와 보충서면의 흐름을 한 장으로 요약해 두면 진술이 서면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사안마다 요건과 사정이 달라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인천 연수구를 비롯해 인천 지역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서류 준비부터 차근차근 짚어 보시길 권합니다.

#공무원소청심사 #소청심사청구 #공무원징계 #감봉 #견책 #겸직허가 #공무원유튜브 #소청청구기간 #정보공개청구 #징계감경 #인천행정사 #연수구행정사 #송도행정사

이 글은 실제 상담 사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등장하는 인물·상호·지명·수치는 특정 개인이나 사건과 무관합니다.

인천 송도(포스코타워송도)에 자리한 행정사사무소입니다. 행정심판·인허가/신고 대행, 외국인 출입국(비자·체류), 정기 행정관리를 다룹니다. 공무원 소청심사는 청구서와 보충서면을 작성하고,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증빙 자료를 모아 정리합니다. 비슷한 상황이면 편하게 문의 남겨 주세요.

━━━━━━━━━━ 황윤상 행정사사무소 📍 인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165, 포스코타워송도 2697호 📞 010-3374-2687 🌐 www.hwangadmin.com ━━━━━━━━━━

조회수—